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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우영우가 말하는 봄날의 햇살 최수연, 그리고 봄날의 곰과 하루키!

by iseult 2022. 7. 19.

Arrested in a Spring Time
봄날의 햇살 최수연 역의 하윤경.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신생 케이블 방송사인 ENA를 축제분위기로 만든 초대박 드라마이다. 벌써 9.1%의 시청률을 달성하며 엄청난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그리고 울리기까지 한 대사는 바로 ‘봄날의 햇살’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는 우영우가 로스쿨 시절부터 자신을 챙겨준 최수연의 별명을 봄날의 햇살로 지어준 장면이 화제가 되고 있다. 

 

“너는 봄날의 햇살 같아. 로스쿨 다닐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 너는 휴강 정보와 바뀐 시험 범위를 알려주고 동기들이 날 놀리거나 속이거나 따돌리지 못하게 하려고 노력해. 지금도 너는 내 물병을 열어주고 다음에 구내식당에 또 김밥이 나오면 나한테 알려주겠다고 해.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이 대사는 특히 과거 장면인 우영우가 자신의 유일한 친구로 동그라미를 소개했을 때 시무룩해 하던 최수연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많은 감동을 자아냈는데 알게 모르게 우영우를 도와왔던 최수연의 눈가에 맺힌 눈물이 모든 의미를 담은 것처럼 보였다. 방송 직후 대사는 SNS에 실시간 검색어를 휩쓸 정도였으니 말이다.  

 

시청자들은 저마다의 봄날의 햇살을 찾아 나선 것이다. 팬들을 봄날의 햇살에 비유하는 가수부터 자신의 과거 기억을 담담히 털어 놓는 네티즌까지 다양한 사연들이 공개되고 있는데 이제는 단순한 은유적 표현을 넘어서 고유명사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왜 이 대사(이 장면)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것일까? 

 

 

우영우의 말대로 극중 최수연은 따뜻한 인물이다. 우영우가 늘 어려워하는 물병 따는 일을 항상 도와주고, 로스쿨 때부터 우영우가 사람들에게 따돌림 당하지 않도록 챙겨주며, 항상 우영우를 생각하는 인물이다. 짧은 대사였지만 우영우와 최수연이 로스쿨 시절부터 함께 겪어온 모든 시간이 누적되어있는 대사였기에 그 감정이 시청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우영우가 가정사를 털어놓자 최수연은 쉽게 할 수 있는 위로 대신 침묵을 선택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에는 우영우를 데리고 백화점에 가는데 최수연은 딸과 함께 백화점에온 다른 집 엄마(보호자)들과 마찬가지로 우영우의 왼편에 서기를 선택한다. 이 장면은 최수연이 우영우에게 어머니와 같은 존재가 되는 것 같다는 해석을 낳고있다. 

 

우영우 백화점
최수연은 다른 보호자 처럼 우영우의 왼편에 서있다.

 

봄날의 햇살 장면은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를 쓴 문유석 작가가 꼽은 최고의 장면 중 하나였다. 그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미덕이 담백함과 절제에 있다고 말하면서 “영우의 대사가 끝난 뒤 수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다만 눈물을 애써 참으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갈무리 한다”“드라마가 감정을 절제하니 시청자의 감정은 더 고조된다”는 소감을 남겼다. 

 

최근 한국 드라마는 알게 모르게 ‘힐링(슬로우) 드라마’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과거 스카이 캐슬, 부부의 세계, 펜트하우스 등 자극적인 소재의 드라마가 계속되면서 그 반대로 시청자를 차분하게 만들고 또 평범하지만 세밀한 감정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슬로우’ 드라마의 열풍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다. 

 

 

바로 ‘나의 해방일지’와 ‘우리들의 블루스’가 그것이다. 이들 드라마는 소재에서 보이는 자극 대신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느끼는 감정과 시청자들을 위로하는 메시지로 뭉쳐 있었다. 

 

물론 아주 오래전부터 드라마 시장은 막장 드라마와 착한 드라마가 번갈아가며 유행하는 경향은 있었는데 최근 슬로우 드라마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결국 초대박을 기록하게 되면서 봄날의 햇살이라는 짧은 대사를 통해 시청자들의 감수성을 터뜨린 것이다.   

 

보상을 바라지 않고 해왔던 최수연의 선의가 결국 우영우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다는 것을 명확히 알게 되는 순간, 각자 다양한 현실을 겪고 있을 시청자들에게도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는 메시지가 전달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여담으로 필자는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를 좋아한다. 그 또한 봄날의 햇살이라는 표현을 곧잘 사용했다. 봄날의 햇살, 봄날의 곰, Arrested in a Spring Time(봄날에 사로잡혀) 그리고 그의 어떤 단편에서는 ‘연인이 울고 있다면 그녀가 울기를 그칠 때까지 아무 말(위로)하지 않고 옆에 앉아 있다가 울음이 그치면 함께 뜨거운 차를 끓여 마시는 장면’도 나온다. 

 

우영우가 최수연에게 봄날의 햇살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것과 우영우가 가슴 아픈 가정사를 이야기 할 때 최수연은 위로 대신 침묵을 택했다. 함께 뜨거운 차를 끓여 마시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아마도 이상한 번호사 우영우의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에게서 영감을 받지 않았을까? 그저 필자의 어쭙잖은 뇌피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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