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상선언'의 솔직한 후기, 그래도 임시완의 연기력은 볼만 했다!

영화 비상선언.

 

본 포스팅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존재함을 밝힌다. 일단 ‘비상선언’은 재난 영화다. 재난 영화가 다 그렇듯이 이 영화 역시 상영관 내에 모든 관객들을 한순간에 모두 예언자로 만들어 버리는데, 예를 들어 다음 장면에 대해 “이렇게 되겠는데?”라고 생각하면, 다음 장면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생각대로 눈앞에 펼쳐져버리니 말이다.... 

 

이번 비상선언에서 정말 눈에 띄는 배우는 단연 ‘임시완’이다. 그 이유는 영화 초-중반부까지 엄청난 연기와 존재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송강호, 전도연, 이병헌, 김남길 등 쟁쟁한 대선배 배우들 역시 이번 영화에서 만큼은 임시완의 연기와 존재감에 묻혀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영화가 되었든 배우 임시완이 출연하는 영화라면 큰 기대감을 갖게 될 듯싶다. 

 

 

이러한 임시완의 강렬한 스타트로 영화의 기대감은 초반부터 상당히 올라갔지만, 그런 임시완의 활약이 끝나고부터 이 영화는 기나긴 난기류를 만나고 결국 착륙에 실패하고 만다. 물론 의도된 부분이기는 하지만 역시 임시완의 활약이 끝나고부터 이 영화는 아예 다른 영화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생화학 테러가 발생한 여객기라는 설정으로 고군분투하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는 중반부 과정에서 반미-반일 감정을 부추길 수 있는 상황이 상당히 주요하게 전개된다. 일반적으로 재난 영화가 그렇듯이 위기의 상황을 설정하고 여기에 고위 관계자들의 답답한 탁상공론과 관료주의 등을 내세워 이를 보는 관객들의 속 터짐과 분노를 유발하는 것은 거의 공식에 가깝다.  

 

영화 비상선언에서 폭보적인 아우라와 연기력을 보여준 임시완.

 

그런데 이러한 답답한 상황들이 미국과 일본에 의해 계속 유발된다는 점이 이 영화에서 계속적으로 강조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물론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설정이라 볼 수 있겠지만, 이것을 어떻게 그려내느냐에 따라 받아들이거나 보는 입장에서 다를 수 있는데, 역시나 흥미 유발이나 소위 ‘국뽕’을 자극하여 이 영화를 보는 우리나라 관객들이 분노할 수 있게 미국과 일본을 철저하게 이용한다는 느낌이 지배적이다. 

 

특히 일본 자위대 전투기가 민항기를 대상으로 위협하는 비행과 위협사격, 심지어 미사일 조준까지 하면서 여객기에 탄 민간인들이 공포에 떨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도 나오는데, 현재의 일본군이 무고한 우리 국민들을 이렇게까지 위협하는 장면을 넣은 영화가 2차 세계대전(태평양 전쟁)이나 한일합병, 식민지 시대를 다룬 영화 말고는 또 있나 싶다. 

 

 

그리고 여기에 한국영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신파,’ 그것도 좀 억지로 쥐어짜는 듯한 억지스러운 것이 문제다. 이것의 의도가 너무 다분하게 느낄 정도로 몰아붙이니까 개인적으로는 너무 작위적이어서 날 눈물도 안 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렇게 중반부터 엔딩까지 이 영화는 반일-반미 감정과 지난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대응에 대한 우회적 비판, 그리고 억지 눈물을 강요하는 K-신파와 더불어 엉성한 억지 전개 등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결국 영화 비상선언은 배우 임시완의 강렬한 연기력과 존재감을 보여준 것 이외에는 그리 큰 인상은 없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